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전 부치기’가 아닐까. 뜨거운 기름이 수시로 튀는데다 재료를 손질하는 데 있어서도 잔손질이 많이 간다. 그래도 계절이 서서히 차가워지면 더없이 밥상을 반갑게 만드는 음식으로 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전의 숨겨진 이야기들과 조리과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팁들을 알아보기로 하다.
전이야말로 불과 기름을 이용한 아시아 요리 중 한국의 독특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음식이다. 예컨대 기름과 밀가루 옷을 사용하는 음식의 경우 일본은 튀김인 ‘아게(揚げ)’류로 그 조리법이 통일되지만 한국은 튀김과 부침류가 확연히 구분된다. 물론 일본은 번철에 먼저 반죽을 붓고 그 위에 각종 재료들을 얹어서 굽는 오코노미야키(お好み?き)가 발달했으나, 재료에 달걀 물을 씌워 고루 익히는 한국의 전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또한 뜨거운 물건에 재료를 대어 눌게 한다는 뜻의 한자 ‘煎’으로 봤을 때, 중국에서 기원한 조리법으로 보이나, 중국 역시 기름과 곡물가루 옷을 이용하는 경우는 튀김이 좀 더 우세하다.
전유화, 저냐, 부침, 지짐개…다양한 이름과 유래
부침요리에 대한 자세한 유래를 담은 문헌은, 의외로 오래지 않은 19세기 황비수의 <명물기략(名物紀略)>이다. 참고로 황비수는 최근까지 한의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방약합편(方藥合編)>의 편저자. 그의 기록에 의하면 전은 궁중에서 ‘전유화(煎油花)’라고 불렸으며 이것이 세간에서는 ‘졔눠’, ‘저냐’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명칭이 있기 전에 제수음식으로서의 부침요리인 ‘간남(肝南)’이라는 용어가 있었음도 알 수 있다.
‘간남’은 조선시대 명과 청의 사신을 대접하는 절차와 물품조달 및 인력동원에 관한 일종의 매뉴얼인 <영접도감의궤(迎接圖鑑儀軌)>에 ‘어육전’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나타난다. 이것이 17세기 초반의 기록인데, 사실 식재료들을 뭉치고 펴거나 혹은 연결하여 지지는 방식을 전이라 부른 것은 18세기에 접어들어서다(황정희, 숙명여대 대학원, 2005).
한반도의 경우 가축의 사육가능 두수가 적었으며 자라는 작물 중에도, 체내 대사 중 지방으로 변할 수 있는 당분이 부족했던 터라 부침요리는 주요한 지방의 섭취원이었다. 다른 요리법에 비해 비교적 늦게 개발되었지만 다양한 식재료에 따른 세부적 요리법이 발달했다. 이러한 기록들에 의하면 지금은 드물지만 사슴이나 토끼의 고기를 이용한 육류전 등도 성행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요리, 편식도 해결하는 조리법
사실 부침요리를 싫어하는 이들은 드물다. 물론 기름기의 느끼함 때문에 자주 섭취하지는 못하지만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2회 정도는 반찬이 됐건 안주가 됐건 부침요리를 먹는 성인들이 많다. 특히 막걸리가 도시화·고급화 전략을 택하면서 부침요리 역시 더불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막걸리와 전을 중심 메뉴로 한 외식업체가 서울 및 수도권 요처에서 성업 중이기도 하다.
부침요리는 그 특유의 고소한 맛과 부침옷으로 인해 재료 원래의 맛과는 다소 다른 풍미가 느껴지는 음식이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채소 섭취를 거부하거나 편식을 하는 어린이들의 식습관을 지도하는 데 좋은 메뉴이기도 하다. 특히 강한 향으로 인해 아이들이 기피하는 부추나 식감이 특이한 연근 등은 전으로 만들 경우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사례로 전은 아니지만 분식점의 야채튀김이라든가 고추튀김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해되는 부분. 특히 최근엔 성인들도 채소의 식감에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아, 채소를 이용한 부침요리는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부침요리는 날씨나 분위기와도 어울려 일종의 문화적 코드 안에서 소비되기도 한다. 한겨울의 김치전이라든가 튀김에 가깝게 바삭한 고구마전, 비 오는 날 동동주와 파전, 등산로의 빈대떡 등이 대표적인 예. 도시락이나 저녁상 등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육원전’은 흔히 동그랑땡으로 불리며 오랜 인기를 누려 왔다. 채식이 발달한 사찰음식에서는 두부라든가 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전이 활용돼 왔는데, 최근엔 템플스테이 등의 인기를 타고 민간에서도 그 맛과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요리법 너무 어려워 vs 가장 쉬운 요리
사실 미디어에서 이바지 음식, 집들이 음식으로 형형색색의 전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부침요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싱글들은 혼자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며 외면하고 마는 안타까운(?) 경향도 있다. 정작 부침요리에 성공한 이들은 큰 어려움이 없는 게 바로 이 부침요리라고 말한다.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부침요리도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재료에 묻힐 반죽이 지나치게 끈적거릴 경우가 문제다. 물론 이 상태로 바삭하게 튀기다시피 한 식감을 선호한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그렇지 않아도 높은 부침요리의 열량을 더 높게 만들 수 있다. 적당한 농도는 뒤집개에 반죽을 떠서 흘렸을 때 덩어리짐 없이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정도면 적당하다. 호박전이나 흰살생선처럼 원재료를 갈거나 으깨지 않은 채 부치는 경우, 묻혔을 때 재료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정도가 좋다.
반죽 이전에 재료 자체의 결합력도 부침요리의 중요한 키포인트. 고추전처럼 채소에 반죽 등을 붙여서 만드는 전의 경우 채소의 한쪽 면에 밀가루나 부침가루를 조금 묻힌 다음 반죽에 담갔다가 부치면 재료가 떨어지지 않고 좋은 모양으로 부쳐낼 수 있다.
불은 중간 불이 적당하다. 너무 강한 불은 재료의 겉면만 타 버릴 수 있고 화상의 위험도 있다. 반대로 약한 불의 경우는 기름이 재료 안으로 지나치게 많이 배어들어가 맛이 느끼해지고 풍미를 해칠 수 있다. 뒤집는 시점은 한 쪽이 다 익었을 때다. 괜히 뒤적뒤적하다 보면 모양 자체도 나빠질 수 있고, 반죽이 떨어져 재료가 직접 기름에 닿아 재료의 맛을 잃을 수 있다.
이런저런 주의사항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부침요리는 조리시간이나 손질 자체를 까다롭게 요하지는 않는 편이다. 오히려 한국음식 중에서는 조리시간만으로 보자면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셈이다. 한 번 익혀 두면 명절뿐만 아니라 언제고 허전함을 채워 줄 수 있는 음식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Tip. 더 건강한 부침요리를 위한 식용유의 올바른 사용법
① 직사광선과 형광등 빛을 피한다 빛은 산패를 촉진시키므로 어두운 곳에 보관
② 고열, 고온 역시 피해서 보관한다 가스레인지 주변 등 온도가 높은 곳에 장시간 놓아두지 않고 서늘한 곳에 보관
③ 사용 후 뚜껑을 꼭 닫아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공기, 빛, 온도에 의해 변질될 가능성 있음
④ 식용유에 물이나 음식찌꺼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으면 산패가 빨리 진행되고, 조리 시 식용유가 튀게 될 우려가 있음
⑤ 개봉 후 가능한 빨리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식용유의 유통기한은 개봉 전 1년·1년 6개월이지만, 일단 개봉하면 산패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사용
⑥ 한번 튀김에 사용한 기름은 가급적 재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재사용을 한다면, 튀김 후 기름은 반드시 걸러서 보관
헬시 레시피
HealthyRecipes
부추해물전
열량 | 1215.8㎉ |
주요영양소 | 단백질 90.3g, 지방 28.26g, 칼슘 203.3㎎, 철 13.1㎎, 비타민A 615.6㎍, 비타민C 57.8㎎ |
재료 | 영양부추80g, 오징어1마리, 바지락 50g, 새우살 50g, 청, 홍고추 각 1개, 양파 1/2개 |
반죽 | 밀가루 1컵, 물 1컵, 달걀 1개,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
초간장 | 간장 1큰술, 식초 1작은술, 설탕 1/3작은술 |
1 부추는 깨끗이 씻어 4~5cm로 썰어 준비한다.
2 바지락과 새우는 소금물에 깨끗이 씻고 오징어는 껍질을 벗긴 후 먹기 좋게 썰어 준비한다.
3 양파는 껍질을 벗긴 후 1cm로 가늘게 채 썰어 준비하고 청홍고추는 속에 씨를 제거하고 채 썰어 준비한다.
4 분량의 재료로 반죽을 만든 후 먹기 좋게 손질된 재료를 넣고 달군 팬에 노릇하게 지져 초간장을 곁들여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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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야채전
열량 | 672.75㎉ |
주요영양소 | 단백질 35.8g, 지방 19.85g, 칼슘 392.4㎎, 철 7.77㎎, 비타민A 335.7㎍, 비타민C 136.9㎎ |
재료 | 1/2개, 노란 파프리카 30g, 주황 파프리카 30g, 호박 50g, 가지 50g, 양파 1/4개, 밀가루 1/2컵, 달걀 1개, 소금, 후추 약간 |
1 두부는 곱게 으깨어 물기를 제거하여 준비한다.
2 채소들은 곱게 채 썰어 다져 준비한다.
3 으깬 두부와 채소들을 함께 넣어 잘 버무려준 뒤 밀가루, 달걀, 소금, 후추로 반죽한다.(두부의 물기에 따라 밀가루 양을 조절)
4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빚은 후 오일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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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Talk!
두부의 원료인 콩은 식물성 식품이면서 우수한 단백질 급원으로 육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더욱이 콩에도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소, 비타민(B1, B2, 나이아신),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암 예방 효과가 있다.
참조 : 쿠켄(www.cookand.co.kr), 가족건강365 운동본부(www.happyfamily365.com), 식품의약품안전처(www.mfds.go.kr)
푸드&스타일링 : iamfoodstylist
레시피도움말 : 박영 대표(팬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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