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 난다?
1회용 씨앗, 불임 씨앗을 심는 농부들.
2011년 즈음, 막 귀농하여 농사를 배우던 시절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으면 불법"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과 오래 있지 못 해서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고 바쁜 일상 속에 잊혀갔습니다.
몇 해가 흘러 우연히 읽고 보게 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란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책, 드디어 알았습니다.
원래 씨앗을 받아 다시 심었던 것이 이제는 기업에서 판매하는 씨앗을 사서
심는다는 것과 그 씨앗은 살충제와 농약 처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985년 미국이 전 세계 최초로 식물에 특허를 줬고, GMO 종자 대부분은
지적 재산권의 비호를 받고 있으며, 결국은 생물을 인간이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 이파리 끝에 달린 씨앗을 보면 색깔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판매하는 씨앗은 소독, 약품 처리로 연분홍색을 띠지만
원래 씨앗 색깔은 옅은 노란색입니다.
IMF 사태 때 우리나라 5대 종자기업 중 청원종묘, 서울 종묘,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갔고, 그 결과 청양 고추 씨앗을 사는데도
로열티를 주고 있는 현실입니다.
감귤, 김, 미역, 다시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기업에서 만든 씨앗은 여물기 전 스스로 독소를 배출하여
배아를 파괴하거나(터미테이터 종자), 특정 화학물질이 있어야만 작물이 생장하거나
해충, 돌림병에 강한 속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트레이터 종자)들입니다.
오늘날 종자 기업은 대부분 농화학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어서
농약에 맞춰 종자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씨앗을 심어 재배하고, 다시 씨앗을 받아 심어도
같은 작물이 나오질 않거나 나와도 열성 형질의 것만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이 날 수도 있습니다.
10년간 로열티 8,000여억 원,
더 큰 문제는 종의 단순화가 불러올 참사!
"국내 농민들이 외국기업에 지불하는 특허 사용료 비용은 2005년 183억여 원,
2010년 218억여 원에 달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이후 10년간은 7,9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중에서
특허료 지불에 따른 금전적 손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종의 단순화가 불러올 재앙입니다.
'1845년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1978년, 1980년 통일벼 냉해 사건',
'1972년 광교 콩, 괴저바이러스로 괴멸되었던 사건'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다국적 종자 기업은 각 작물별로 잘 팔리는 것 한두 개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종의 단순화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1990년대 인도의 면화 농사가 몬산토에 의해 참혹하게 유린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몬산토의 면화 종자는 10년 사이 2,000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고
부채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면화 재배 농민 수가
1990년대부터 2008년까지 20만 명이었습니다.
그 종자에 벌레를 죽이는 약을 주입했더니 몇 해 후에는
그 약을 이기는, 일명 슈퍼버그가 나타난 것입니다.
토종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토종종자 모임 씨드림', '씨앗 도서관'...
"토종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다."
-'토종'의 정의, 한국 토종연구회
다국적기업에 맞서 각국에서는 토종 종자를 지키기 위한
활발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바이오나 투르 생태 종자 네트워크(Bionatur Network for Argo-ecological Seeds),
인도의 나브다냐(Navdanya) 운동, 호주의 시드 세이버 네트워크(Seed Savers' Network)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토종종자 모임 씨드림'(회원 12,300여 명)이 있습니다.
<카페 회원이 보내준 토종 기장과 토종 아욱>
씨드림에서는 우리 토종종자를 수집, 보존, 분양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씨드림 카페 회원이 보내온 무등산 수박 씨앗>
매해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그것을
국립 농업유전자원 센터로 보내거나 씨드림 종자은행에 보존합니다.
<씨앗 나눔 행사>
씨드림 회원들 중에 토종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늘어남에 따라
회원들 간에도 자체적으로 씨앗을 나누기도 합니다.
* 홍성 씨앗 도서관 http://hsseed.dothome.co.kr
제주 씨앗 도서관을 시작으로 2015년 홍성, 안양, 수원, 광명에도 문을 연
씨앗 도서관은 씨앗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서 적은 후원금을 받습니다.
다음 해 씨앗을 받아, 다시 갚으면 되는 개념입니다.
씨앗 도서관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토종종자는 토종 씨드림에서 후원하며
회원들이 증식하여 분양하기도 합니다.
<씨앗 갈무리하여 말리기>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70년 21.8%이던 농가 경영비는 2011년 66.9%까지 치솟았습니다.
종자를 사고 거기에 맞는 농약과 비료, 비닐을 사용해야 하는 농사는
빚에 허덕이는 농민을 양산할 뿐입니다.
이제 '비용이 덜 들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강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
토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물론 농민들조차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또한 토종은 수량이 적고 모양이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안완식 박사(75)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토종이 개량품종에 비해 수량성이 낮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질을
더 따지지 않습니까? 토종 맛이 우리 입맛에 맞기 때문에 토종을 선호하는
예가 많아요. 넓은 면적에서는 개량종으로 다수확을 올리고, 토종은
유기농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에 넓지 않은 면적에서는 토종 유기농산물을
재배한다면 그만큼의 가치를 가격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지요"
'1농가 1토종 갖기'운동을 통해 많은 농민들이 변했으면 합니다.
소비자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GMO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우리 토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응원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토종을 심고 가꾸지 않을까요?
앞으로 홍성 씨앗 도서관, '토종 지킴이'로 일컬어지는 안완식 박사, 전국여성농민회 등
'토종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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