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든 업으로든 농사를 한 번이라도 지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농사의 성패는 바로 풀과의 싸움이란걸.
아무리 정성 들여 밭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작물을 심어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풀들에 세를 빼앗기면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죠.
기껏 뿌리째 뽑아놓았어도 비 한번 내리거나
뽑아놓은 잡초 위 바람결에 흙이라도 살짝 덮이면
다시 되살아나는 끈질길 생명력의 잡초들.
오죽하면 전라도에서 시집온 동네 형님은 이 세상에 잡초처럼
징글징글 한건 없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뽑은 잡초를 한데 모아 공처럼 똘똘 말아 돌 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잡초에 대한 그 형님의 진저리는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집 주변, 밭 주변, 논두렁 등 단 한 줌의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솟아나는 잡초들.
가끔 도시의 담벼락이나 아스팔트 도로 파인 틈에서도
살아 올라오는 잡초들을 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 잡초도 가만히 알고 보면 우리 몸에 이로운
약이 되고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는 사실을요.
이른 봄, 땅을 뚫고 나오는 푸른 것들은 다 먹어도 된다고 하셨던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도 기억나네요.
물론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초근목피로 생명을 연장하다는 옛말도 있지만
제 서방님도 저더러 봄에 나는 푸른 것들은 다 먹어도 된다며,
하물며 잔디도 먹는다고 해서 제가 웃었는데,
사실 어렸을 적에 잔디 뿌리 씹어본 기억도 살짝 나기는 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초제를 치거나 뽑아내어 버리기 바빴던
몇 가지 잡초들의 이로운 점과 활용 방법을 짚어볼까 합니다.
아, 그렇다고 이 글 읽으시고 잡초들 너무 키우시면 안 됩니다.
아기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잡초 하나가 가을이 되면 어른 키보다
훌쩍 자라 정글을 이룰 정도로 어마 무시한 나무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민들레나 고들빼기 등은 매일매일 호미를 들고 땡볕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번식력이 엄청 뛰어나 무지 고생하니까요.
그럼, 본격적으로 보약이 되는 잡초 얘기해볼게요.
제가 제일 첫 번째로 꼽는 잡초는 민들레입니다.
민들레는 흔히 꽃의 색깔에 따라 우리의 토종 민들레인 하얀 꽃이 피는 민들레와
서양에서 들어왔다는 노란색 민들레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요.
원래는 400여 종이나 된다고 하네요.
한방에서는 '포공영'이라 하여 민들레를 말려서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고,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에서는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주고,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며 만성 위장병과 위염에 효과가 있고,
담즙 생성을 증가시켜주고 통풍, 노화 방지 등 여러 가지로
그 효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민들레의 가치를 알고 본격적으로 재배해서
민들레 즙, 민들레 환 등을 만들어 판매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영농 조합 법인까지 있고요.
미국의 한 영양학자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3천여 종의 식물 중
민들레를 세계에서 건강에 가장 좋은 5대 식물 중의 하나로 꼽았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민들레로 만든 다양한 요리 맛에 반해 민들레를 즐겨 먹습니다.
또한 민들레는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
시골에서 자란 분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놀이감이기도 한데요.
아마 시골을 고향으로 갖고 계신 분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민들레 홀씨 불기
맑게 갠 봄날, 따스한 봄볕을 받아 단아하고 얌전한 얼굴로 예쁜 꽃이 활짝 피었다가
두 밤만 자고 나면 예쁜 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하얀 씨풍선이 생겨나 구멍마다 가벼운 솜털을 매달고 있다가
어디론가 날아갈 채비를 하는 민들레.
대학 가요제에선가, 한때 널리 불리던 '민들레 홀씨 되어~~'
저도 참 좋아하고 즐겨 부르던 노래인데요.
사실 민들레 씨를 홀씨라 불러서는 안 된다고 하네요.
홀씨는 버섯, 곰팡이 등의 양치식물의 종자를 홀씨라 부르고,
민들레 씨는 하나씩 날리기에 '홑씨'라 불러야 한다네요.
한때는 농촌마을에서 이 민들레 홑씨 불기 체험이 한창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참으로 신기해하며
열심히 호응해 주던 체험 아이템이기도 했답니다.
저 또한 마을에 오는 체험객들에게 간장, 매실 소스를 곁들인
민들레 겉절이를 내놓으니 다들 처음 먹어본다며
너무 좋아해서 좀 더 퍼뜨려볼까 하고 몇 년 전에 하우스에
일부러 민들레 홑씨를 호호~ 불어 뿌렸었습니다.
그러고서 남편에게 자랑을 했더니 그 순간 남편이 기겁을 하고,
안색이 싹 변하더니 그 후부터 하우스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더군요.
그냥 날아와서 번식시키는 것만도 엄청난데 씨 뿌렸다고
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하소연하더군요.
ㅡ 쯧, 남자가 치사하게끔......
하고 속으로 은근 흉도 보았는데,
남편의 말을 듣는 사람들 모두 기막혀하며
남편이랑 제 눈치를 보고 실실 웃어버리는데,
그게 왜 웃을 일인지 내내 몰랐었는데 김을 매보고 알았습니다.
하우스에 벼 못 자리를 하기로 했으니 저더러 민들레를 책임지라는
남편의 엄명에 매일매일 호미를 들고 살았습니다.
만약 못자리에 민들레 씨 떨어지면
이담에 논에 들어가서 민들레 다 뽑아야 하니 알아서 싹 뽑아내라는데,
질척하고 넓은 논에 빠져서 민들레를 뽑아낼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침 일찍부터 호미 들고 하우스에서 빡빡 기었습니다.
아, 민들레 번식력 정말 정말 끝내주더군요.
그냥 몇 송이 꺾어다 뿌렸을 뿐인데, 뽑아도 뽑아도 또 나오더군요.
벼랑 끝이든 아스팔트 돌 틈 사이이든, 기찻길 철로 틈새에서든
조금의 흙이나 먼지가 있어도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생명력은
참으로 억세고 질기기도 하거니와 뽑아버려 흙 속에 묻어 놓아도
또다시 되살아 나오는데 이거 하우스 내에서 몽땅 뽑아 없애는데
정말 꼬박 두 해가 넘게 걸렸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너무 힘들어 아들들 손까지 빌려서요.
(제 서방님, 저 정신 차리라는 의도에서인지 절대로 안 도와주더군요.)
아마 민들레 꽃 한 송이가 번식시키는 민들레의 싹은 백송이도 넘을 듯싶습니다.
민들레 홑씨를 들여다보면 이거 하나가 민들레 한 송이,
그 한 송이가 다시 백송이... 어마어마하죠.
매일 아침마다 하우스에 들어가서 민들레를 캐고 있으니,
운동 가던 동네 형님들이 뭘 캐냐 묻길래,
작년에 씨 뿌린 민들레 캐고 있다니깐 어이구 하고 혀를 차고 가시더군요.
민들레는 약을 쳐도 안 죽고, 밟아도 안 죽고, 뿌리째 뽑아도 안 죽는데
어쩌자고 하우스 안에 씨를 뿌렸냐며 고개까지 설레설레 저으면서요.
그다음부터 절대로 민들레 홑씨 불어 번식시키는 짓은 안 하지만,
그래도 민들레를 보면 열심히 캐서 맛난 반찬을 만들곤 합니다.
민들레는 꽃부터 이파리, 줄기, 뿌리까지 못 먹는 부위가 없습니다.
뿌리는 말려서 차를 끓이면 치커리 차처럼 구수하고 부드럽고요.
이파리를 비롯한 꽃 부분은 겉절이를 하거나 김치를 담기도 하고
튀김을 하기도 하지요.
물론 액기스를 내리거나 민들레 이파리를 말려 가루로 내어
빵이나 쿠키 등에 넣어도 좋습니다.
농사를 새로 시작하거나 자투리땅이 남는 경우,
민들레를 본격적으로 재배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 중의 하나일 듯싶습니다.
(저도 진지하게 생각 중입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요.ㅎ)
뽑아낸 민들레가 너무 아까워서 시간 되는 대로
다듬어서 민들레 김치도 담갔습니다.
맛은 꽤 괜찮습니다.
민들레 김치 담았다니깐 다른 분들이 쓰지 않냐고 하는데,
하나도 안 쓰고 정말 맛납니다.
그럼 민들레 김치 담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먼저 깨끗하게 손질한 민들레를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흙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어 놓습니다.
민들레 김치를 담을 때에는 찹쌀 풀을 쑤는데
만약 찹쌀가루가 없으면 찹쌀 한 컵 정도를 물에 불려
믹서기에 갈아 풀을 쑤면 되고, 양파와 새우젓, 마늘, 생강 등에
배즙과 양파즙, 매실액을 다 함께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줍니다.
식힌 찹쌀 풀에 양념 간 것 등을 넣고, 고춧가루, 깨소금,
파, 양파, 포도당 등을 넣고 버무려 줍니다.
저는 김치 담을 때 설탕이나 당원 등을 쓰지 않고 포도당을 쓰는데
김치 맛이 깔끔하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미리 버무린 양념에 민들레를 넣고 살짝 뒤적여서 간이 골고루 묻게 하고,
통에 담으면 바로 먹어도 맛난 민들레 김치가 됩니다.
조금 입맛 까다로우신 저희 시어머니도 이 민들레
김치를 드셔 보시더니 정말 맛나다고 하셨습니다.
민들레 김치는 난생처음 드셔보신다면서 칭찬도 해 주셨습니다.
민들레 심었다고 구박하던 저희 서방님도 제 눈치를 흘깃 보면서 잘 먹더군요.
마지못해 먹는 척하면서도 막상 먹어보더니 젓가락질을 열심히 하더군요.
이번에는 민들레 겉절이 레시피입니다.
역시 깨끗하게 씻은 민들레에 매실액이나 토마토 액기스 1, 간장 1,
고춧가루 1 큰 술, 식초 1로 섞고 깨소금과 먹기 전에 참기름을
살짝 뿌려 내어 버무리시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죠?
그렇지만 민들레 겉절이도 입맛 없을 때 참 인기 좋은 반찬입니다.
민들레나 고들빼기 등은 뜯어보면 우유처럼 하얀 진이 나오는데
이 진이 쌉싸래한 맛을 내게 하며 소화를 도와주고
입맛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지치고 입맛 없을 때 쌉싸름한 민들레 김치와 겉절이로
입맛 회복해 열심히 일하심 어떨는지요?
잡초 제거도 할 겸요.
다음 시간에는 능청이와 비름나물, 쇠비름, 냉이 이야기를 해볼게요.
(약이 되는 잡초는 이 밖에도 쑥, 고들빼기, 왕고들빼기,
질경이, 환삼덩굴, 엉겅퀴 등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마저 다루어보려 합니다.)
'과거 농업 자료(~2021) > [농업 정책]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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