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처럼 올해도 곧 둘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싸움이란 게 싱겁게 끝나기 일쑤죠.
그 대결은 '새와 나의 앵두 쟁탈전'입니다.
1. 봄이 오고 만물이 깨어났습니다.
앵두나무에도 꽃이 피어납니다.
올해도 이렇게 전장이 마련되었습니다.
3월 30일
2. 아니, 이 녀석이 벌써 정찰을 나왔습니다.
이제 꽃 피기 시작했는데, 부지런한 녀석입니다.
4월 5일
3.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요?
이제 꽃이 지고 있습니다.
4월 10일
4. 열매가 하나씩 달립니다.
아직 옅은 녹색입니다. 크기도 작죠.
4월 22일
5. 이제 제법 붉은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아직 딱딱하고 맛이 없어요.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녀석들도 슬슬 전투준비를 할 겁니다.
5월 17일
6. 빠알간 앵두가 전쟁의 시작을 알립니다.
5월 21일
새들은 이렇게 얘기하는 듯합니다.
'이게 네 거냐?'
맞아요. 사실 전 이 집에 이사 온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모두가 녀석들 것이었죠.
사실 콩도 세 알을 심는다고 하죠.
새 하나, 이웃 하나, 나 하나를 위해 그렇다네요.
콩도 그러한데 저절로 익은 앵두쯤이야 양보 못하겠어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좀 남겨 줘, 나도 좀 먹자'
적당히 남겨두고 이만큼 땄습니다.
전쟁 아닌 전쟁, 넉넉함을 즐기는 산골 생활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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