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옛말에 이런 표현이 있지요.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
그만큼 오랜 옛날부터 제주는 말의 육성에 최적지로 알려졌는데요.
1995년 9월에 한국마사회에서 제주에 개장한 ‘렛츠런 팜 제주’를
방문해 보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약 2~3배에 달하는 65만 평의 드넓은 부지에
마사, 초지, 의료 시설을 갖춘 제주말 목장인 '렛츠런 팜 제주'는
제주 경주마의 번식과 육성을 위해 8대에 걸쳐 혈통을 검증한 우수한
씨수말을 보유하여 제주 농가에 교배 지원하는 사업 및 제주말들의
성장 발달과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곳입니다.
또한, 심사가 끝난 어린 경주마를 훈련하고,
우리나라 전국의 말 육성 농가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제11기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자단과 함께 우리 말 육성 산업의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렛츠런 팜 제주에 들렀습니다.
렛츠런 팜 제주는 교배 지역, 육성 지역, 놀이시설 등 세 곳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교배 지역인 말 교배사입니다.
어쩐지 말이 들어가 있는 축사가 시끌시끌하다 했더니
지금이 말 교배 시기, 그리고 교배 시간이라 합니다.
일반인들도 2월에서 6월 사이 렛츠런 팜을 방문하면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친 말의 교배 장면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수한 혈통 종목 우를 보유한 축협에서 정자를 생산하여
각 농가의 암소들에게 인공수정을 시행하여 번식시키고 있는 소들과는 달리
말은 순수한 자연교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해가 짧아졌다가 길어지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사이 계절 배란을 하기에
이 시기에 수정을 시켜주어야 우수한 말을 수태시키고,
번식시킬 수가 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이 반대인 것을 활용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며 교배를 하는 씨수말도 있다고 하니
말의 교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겠네요.
번식용 소를 길러본 저희 농가에서도 소의 발정을 놓치면
일 년 소 농사 헛짓는 것이기에 축산업을 하는 농가로서는
동물의 발정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교배에 앞서 수의사가 말의 콧등을 살살 쳐주네요.
말의 집중력을 높이고 교배에 따른 부담감을 완화하는 동작이라 하는데,
이렇게 렛츠런 팜에서는 우수한 씨수말 10여 마리를 보유하고
제주 각 말 사육 농가 600~700여 마리에 자연교배로
우수한 종마를 수태시켜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비용이 1회에 약 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드는데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저의 집도 번식용 소를 길렀었는데 한 번 수정시키는 비용이
3만 원 이상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도 농가 부담 비용은 만만치 않은데,
말의 수정 비용은 소의 수정 비용보다 몇백 배 비싼데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우리말 경주마 보존과 육성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곳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자, 그럼 여기서 퀴즈 한 가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씨수말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세게 최정상급 씨수말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그 가격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는데
씨수말의 가치는 교배료*교배 두수*씨수말 활동 연수로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를 따르면 1회 교배료가 미화 50만 불 정도이고
스톰캣(Strom Cat)의 경우 약 1,5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추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가장 비싼 씨수말은
'메니피','볼포니', '포리스트캠프' 등으로 약 4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말의 1회당 수정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혈통 좋은 씨수말을 자체 생산한다면
그 부가가치가 꽤 높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말을 기르는 씨수말 마사입니다.
잘 청소된 마사 벽에는 각 씨수말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생 국가, 수입 일자, 경주성적뿐만 아니라
혈통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8대에 걸쳐 입증된 혈통 증명서가 있어야 씨수말의 역할을 한다더니
정말 씨수말 옆에는 똑같은 혈통 증명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격과는 상관없이 이 씨수말들,
정말 늠름하고 잘생긴 것이 다시 보입니다.
다음에 들른 곳은 말 경매장입니다.
저희가 오기 바로 전날에 말 경매가 이루어졌다는데,
농가에서부터 약 6개월 정도 된 말을 구매해 18개월 동안 육성하고,
두 살부터 경주마로 참여시킨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기른 말을 경매에 부쳐 과천 경마장 등 전국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1년에 약 5회 정도 경매가 이루어진다네요.
경매장 한쪽 벽에는 역대 최고가로 경매된 말들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있는데,
유심히 살펴보던 한 기자님, 고개를 갸웃하네요.
몇 마리 말들의 아버지가 모두 똑같다네요.
그럴 수밖에요.
우수한 씨수말을 보유하고 그 씨수말로부터 수태되었으니,
탄생한 말들의 아버지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역대 경매가 최고는 2013년에 2억 9천만 원에 낙찰된 명마 목장의 망아지입니다.
그런데 저 또한 가만히 들여다보니 말들의 이름이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말들은 팔려서 경매가 완성되기까지는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경매 후 주인을 찾아가면 그때 이름을 짓게 되는데,
그 이름이 평생을 간다고 합니다.
다른 주인에게 팔려도 이름을 바꿀 수가 없답니다.
그만큼 말의 혈통관리는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려집니다.
이곳은 경매장 2층에 있는 원형 경마장입니다.
경매 전 말을 시각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말의 걸음걸이, 생김새, 자세 등 말의 우수성을 시각적으로 검증한 후에
입찰에 응하게 되는 거겠지요.
마치 말들이 이 앞에서 걸어 다니는 것처럼 진지한 시각으로 관람하게 되네요.
경매장 밖에는 널찍널찍한 마사들이 보입니다.
이곳 렛츠런 팜에는 씨수말 열 마리 이외에도 경주마와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도 조랑말, 즉 제주마를 포함하여
약 180여 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낮이라 그런지 모두 초지로 나간 듯합니다.
더 많은 말로 꽉 채워져서 우리나라도 당당한 말 보유국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듭니다.
이번에는 트랙터를 타고 말 방목지와 놀이시설, 동물 병원 등
'렛츠런 팜 제주' 목장 내의 여러 시설을 돌아보았습니다.
일반인들도 화요일부터 일요일 중 방문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6차례에 걸쳐 트랙터 마차를 타고 방목지를 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트랙터를 타고 달리면서 본 육성마 방목장과 씨수마 방목장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워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목장 올레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씨수말 코스)와
목장 길을 따라 걷는 삼다수 숲길 코스(육성마 코스)도 있다는데,
시간이 되면 트랙터 마차 탑승 돌아보기도 좋지만, 꼭 두 발로 찬찬히 걸으며
제주의 상쾌한 바람과 풀 향기, 꽃향기를 맛보고 싶습니다.
파란 하늘, 드넓은 초지, 푸른 산과 멀리 한라산도 보이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여유로움까지 이 풍경을 보는 사람마저도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육성마 코스에서 만난 귀여운 망아지들입니다.
사람을 꺼리지 않고 다가와서 코를 킁킁거리며 애교를 부립니다.
손바닥에 각설탕 하나 갖고 올걸, 무척 아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깨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제주말 목장에서는 동물원에서 보던 귀여운 양들이 사육되고 있어서
몽실몽실 수북한 털을 감은 채 커다란 눈을 뜨고 우리가 가는 곳마다
쫓아오기도 하고 코를 내밀고 냄새를 찡긋 맡기도 합니다.
또 손바닥에 무언가 있는지 코를 디밀어 보기도 합니다.
다른 울타리 안에서는 야생노루 가족이 보이네요.
어린이들과 함께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렛츠런 팜 제주에는 시원한 분수가 솟구치는 연못,
아름드리나무 그늘, 잘 가꾸어진 정원, 물레 방아, 자전거 무상 이용 등
말에 관한 각종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학습 자료뿐만 아니라 체험객들을 위한
각종 무료 시설과 휴식 공간이 있으니 가족과 함께 방문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의 한때, 몽골의 침입으로 제주도가 몽골에 완전히 점령되어
몽골의 14번째 목장으로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다는 말 산업입니다.
조선 시대 한때에는 왕립 목장으로 지정되어 행정구역을 말을 키우는 곳 중심으로
나누기도 했고 김선일이라는 사람은 조정에 말을 많이 헌납하여 그 공으로
벼슬을 얻기도 했다는데, 아픈 역사 속에서 시작된 말 산업이지만
지금의 제주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말 산업이기도 합니다.
제주에 갈 때마다 해보았던 승마체험 및 마상 쇼 관람,
시중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말고기 코스요리들
(말고기 로스구이, 말고기 육회, 말고기 곰탕, 말고기 불고기 등
사슴고기 비슷한 맛이 나면서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는
다양한 요리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말고기 요리를 잘하는 집에서 먹으면 말고기 마니아가 될 것 같습니다.
제주의 말고기 요리하는 집이 여러 군데 있는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서 자기에 관절이 튼튼하다는 말뼈로 만든 환,
(두통 및 관절, 어깨 결림, 혈액순환 등 여러 증세에 좋다고 나와 있습니다.
예전에 함께 간 아들과 남편 성화 때문에 구매해서, 양가 어머니께 선물하고
저도 한참 동안 먹었습니다.)
마유로 만든 비누 등 말은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말 사육 농가 소득에 많은 이바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은 온종일 서서 자는 건 아닙니다.
하루에 약 두 시간 정도 자는데 서서 자기도 하고
숙면에 들 때는 누워서 잔답니다.)
또한, 2016년 세계 경주마 대회 우승을 목표로 경주마 생산기술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첨단 수술실을 갖추고 제주 민간목장 대상으로
약 천여 건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주마 훈련과 나이에 따른 초지 방목, 워킹 머신 운영,
말들의 성장발달과 건강관리 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우리나라
경주마 육성과 보존에 힘쓰고 있는 렛츠런 팜 제주 목장입니다.
오랜 역사의 말 사육 기간에 비해 그동안 체계적인 말 산업 부흥에
다소 부족했던 노력을 떨치고 국내 말 사육 농가의 고소득 수입원뿐만 아니라
외화벌이의 선봉에도 우뚝 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과거 농업 자료(~2021) > [농업 정책]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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